서주일 목사 (행정담당 부목사)

처용가(處容歌)는 처용이라는 사람이 아내의 불륜에 대해 한탄하는 내용의 고려가요이다. 요즘 말로하면 유행가인데, 이 노래의 주인공 처용은 실제로 통일신라시대에 포항 근처에 살았다고 전해지는 서역 출신의 귀화인이다. 서역은 지금의 중앙아시아인데 코가 크고 눈이 푹 들어간 투르크나 페르시아 계통의 사람들이 많이 산다. 처용의 출신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옛 노래에 당당히 등장하는 것을 보아서는 고대 한국사회에는 처용 말고도 많은 외국인들이 살았을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조선시대 폐쇄적인 중화사상에 물들기 이전인 고조선으로부터 고려시대까지는 국내에 수많은 외국인들이 드나들었고 그 중 상당수가 이 땅에 뿌리를 박고 우리 민족과 더불어 대대로 살았다. 외국과의 교역과 문화교류로 인해 고려시대까지 우리 민족의 기품은 상당히 진취적이었고 개방적이었다. 고대로부터 외국인만 이 땅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우리 민족도 상당수가 만주나 중원지역 뿐 아니라 바다 건너 일본에 진출하기도 했다. 고대 일본의 야요이문명이 한반도에서 건너 온 대규모 이주민들이 일으킨 신문명이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근대 이후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사회적 이유로 말미암아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으로 떠나가고 있다.

이제 한국은 고려시대 이후로 많은 외국인들이 왕래하는 본격적인 국제화사회로 변화된 것이 확실하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 가좌동은 근처에 목재단지나 주안공단이 있어서 밤만 되면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뒷골목에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이상한 말로 대화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외국인의 증가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일각에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본래 진취적이었던 우리 한국인들의 대부분은 그들과 잘 어울려 지낸다.

한국사회에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올림픽 이후 일 것이다. 현대 한국사회의 외국인 유입의 흐름은 다음의 3단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제1단계는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소위 3D업종에 종사하는 후진국 출신의 외국인노동자들이다. 불법체류나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통해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사회에 정착했다. 제2단계는 다문화가정이라고 불리는 동남아출신의 외국인들로서 주로 농촌지역 청년들과의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사회에 정착하고 있으며, 제3단계는 인도나 구 소련지역의 외국인 하이테크 고급인력과 연구원들, 그리고 유학생들이다. 국내고급인력이 많이 부족하여 대체인력으로 이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고, 한류 바람으로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배우려는 외국인유학생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구속사적인 관점으로 볼 때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잘 이용한다면 선교의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솔로몬 왕의 외국인 처첩들이 본국으로부터 가져온 우상의 영향으로 이스라엘 사회가 영적, 도덕적으로 혼탁하여져서 왕국 분열과 멸망의 원인을 제공했듯 외국인들의 유입이 한국사회의 극심한 영적혼란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금 한국사회는 영적으로 위기이자 기회인 시대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