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 꼭 가고 싶었던 그 길


언제부터인가 내 맘 속에는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길이 있었다.  소시적 친구들과 함께 재잘거리며 6년 동안 걸었던 그 길. 화창한 봄날 산새들이 노래하고 벌 나비들이 춤을 추고 산천초목이 파릇파릇 피어 오르던 그 길. 한 여름 비바람이 불어올 때 우산을 맞대며 서로
의지하고 걷던 그 길. 

가을 하교 길에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고구마, 무를 뽑아 먹으며 걷던 그 길. 눈보라가 몰아치는 엄동설한에도 책보를 어깨에 둘러메고 이마에 땀이 나도록 뛰었던 그 길...
앞 만 보고 열심히 뛰었던 삶이 이제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고 보니 옛길, 추억이 서려있던 그 길을 꼭 가고 싶어 이번 익산신흥교회 부흥성회를 모두 마친 다음 작심하고 가 보았다. 부모님 산소를 둘러보고 동네 경로당에 들러 어르신들에게 큰 절을 올린 후, 차를 타고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 길로 갔다.

그 길 중간에 있는 그 때 다니던 교회에 들러 잠시 기도하고 감사의 예물을 드린 후 나를 위해 새벽마다 기도해 주시는 권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계속해서 그 길을 갔다. 40여년 전 비포장도로에 고무신을 신고 걸었던 길을 지금은 포장도로에 좋은 차를 타고 가니 그 때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던 나를 지금은 존귀케 해주신 주님에 대하여 내 맘 깊은 곳에서 감사의 향이 피어 올랐다. 

그 길 끝 교정에 들어서니 당시 1800명이던 학생이 어디 갔는지 지금은 불과 54명이라고 교직원이 알려주었다. 그 때 모래땅이던 운동장에는 잔디가 깔려 있었다. 뛰놀던 그 때를 추억하며 잔디밭 운동장을 한 번 걸어 보았다. 그리고 옛 친구를 만났다. 40여 년만의 만남, 반가웠다.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며 친구들의 소식을 들었다. 그 친구는 내게 자신이 직접 가꾼 배 한 상자를 선물했다.  우정에 가슴이 찡했다. 그 때는 전혀 생각할 수도 없던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오는데 가슴 깊은 곳에 행복감이 꽉 차 올랐다. 한없이 감사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옛 길을 뒤로하고 새길을 가고 있다.

또한 영원으로 향하는 새롭고 산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