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 시인 등단식 하던 날

2012년 1월 31일. 함박눈이 쏟아져 내리던 날, ‘하나로 선 사상과 문학’이 선정한 신인상을 받고 정식 시인으로 등단하는 식을 갖게 됐다. 기독교계의 이름 있는 작가들이 자리에 함께 하여 자리를 빛내주었다. ‘칠갑산’, ‘옥경이’, ‘날개’ 등의 노랫말로 명성을 떨쳤던 작가 회장인 조운파 선생은 축사 말씀중 “말이란, 하나님께 하는 말, 사람에게 하는 말, 자신에게 하는 말, 사물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이 작가”라고 하시며 “더 많은 글을 써서 ‘하나로 선 사상과 문학’을 빛내라”고 당부하셨다.

감성이 예민한 시기인 사춘기에 한번쯤이라도 시인에 대한 동경을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김소월님의 ‘진달래꽃’, 서정주님의 ‘국화 옆에서’, 윤동주님의 ‘서시(序詩)’, 이상님의 ‘날개’,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과 청록파 시인인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님의 주옥같은 작품 등등... 이런 시인들의 시들은 사춘기를 지나온 세대들은 기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작품들이다. 

아름답고 고결한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삶을 동경을 했지만 내가 그런 시인이 되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저 목양의 현장에서 사역이 힘들 때마다 하나님께서 하소연 하던 것을 글로 써보고, 때로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산천초목이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워 감사와 감격의 마음을 담아 보려고 써보고 내 자신의 심연(深淵) 속에 있는 고뇌를 적어보고 하여, 주보에 올렸던 것들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하나로 선 사상과 문학’이라는 동인지를 발간하시는 분이 우리 교회의 주보를 보고 너무 좋은 글이니 몇 편 정리해 보내달라고 하여 보냈는데 신인상에 당선 되었다고 연락이 오니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등단식을 하던 날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목사라는 직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데 시인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하시고 심사위원장 맡으셨던 유승우 자문위원장님은 신인상을 받은 시들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글이라는 것은 ‘긋다’에서 시작하여 ‘귿다’로 발전하고 그 다음은 ‘글’이라는 명사가 됐다”고 했다. “동물들은 눈에 보이는 환경에 영역표시를 하지만 인간은 정신세계에 글로서 선을 그어 정신세계의 영역을 만들어 간다”며 학자다운 깊이가 있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발행인이신 박영률 박사님은 ‘하나로선 사상과 문학’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설명하시며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던 ‘사상계(思想界)’를 벤치마킹해서 이름을 정하고 ‘동서, 남북, 세대, 계층 그리고 좌파, 우파간의 갈등을 하나로 묶어 세운다’는 의미에서 ‘하나로 선 사상과 문학지’가 탄생하게 됐다고 했다. 그 분들의 말씀을 듣고 ‘그래, 기왕에 시인에 등단됐으니 하나님께서 내게 부어 주시는 생각을 따라 문학의 영역 속에 선을 계속 그어 가도록 해보자. 그러다 보면, 한 영혼이라도 그 영역 안에 들어와 하나님의 사랑 속에 머물 수 있다면 내 소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하며 용기를 가졌다.

하나님께서 주신 또 하나의 직임, 이것을 잘 갈고 닦아서 사탄에 의해 혼탁해진 이 시대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