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 룻 2:14~23 )

청록파 시인 박목월님의 시 가운데 “나그네”라는 시가 있는데, 이 시는 먼 길을 홀로 외로이 걸어가는 나그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길 남도 삼백리 술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인생길은 외로운 나그네 길입니다. 그 외로운 나그네 길에 누군가와 동행한다면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겠습니까? 이스라엘의 사사시대에 이방 땅 모압에서 살다가 인생길에 뜻하지 않은 어려움으로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그 뒤를 이어 두 아들마저 잃어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고향으로 홀로 돌아오는 외로운 과부에게 두 며느리가 있었는데 그 과부는 고향으로 혼자 돌아오려고 두 며느리에게 다시 친정으로 돌아가 재혼하여 행복하게 살라고 권면을 했습니다.

시어머니의 권면에 큰 며느리 오르바는 소리 높여 울더니 못이기는 척 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둘째 며느리인 룻에게도 돌아가라고 하자 둘째 며느리는 “내게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묻힐 것이라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를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기고 더 내리시리를 원하나이다(룻 1:16~17)”라고 말했습니다. 나오미는 둘째 며느리의 굳은 결심을 보고 더 이상 강권하지 않고 함께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먹고 살 길이 막막했는데 며느리 룻이 선뜻 나서서 이삭을 주으러 가니 허락해 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룻 2:2). 룻은 이삭을 주워 시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봉양하였고, 이들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과부 시어머니와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젊은 과부 룻이 어떻게 아름다운 동행을 할 수 있었을까요?

첫째, 서로를 긍휼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어머니는 젊은 며느리를 보면서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살겠다는 꿈을 가지고 결혼했는데 남편이 죽어 졸지에 과부가 되어 사는 모습을 애처롭게 여겨 그를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또 며느리 룻은 늙은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이방 땅에 와서 남편을 여의고 사랑하는 두 아들 마저 잃고 과부가 된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를 생각하여 돌보아 줄 사람 없는 이 분을 평생 섬겨 드려야겠노라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기에 두 사람은 아픈 상처를 입은 서로를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의지하여 아름다운 동행을 했던 것입니다.

둘째, 서로 연합하여 아름다운 동행을 했습니다. 서로의 단점을 찾기 보다는 서로의 장점을 찾아 룻에게 있는 젊음과, 늙은 시어머니에게 있는 인생의 경험, 고향의 인척과 문화를 잘 알고 있는 무형의 자산(know-how)이 결합하여 아름다운 동행을 하게 됐던 것입니다. 룻은 들에 나가 이삭을 주워 와서 시어머니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시어머니는 룻에게 어느 곳으로 가서 이삭을 주워야 할지를 가르쳐 주어 매일 매일 서로 도우며 생활을 하였습니다.

셋째, 마음을 나누는 여유가 있어 아름다운 동행을 했습니다. 물질은 넉넉하지 못했지만 마음만은 넉넉함이 있었습니다. 비록 주은 이삭을 가지고 저녁식사를 하지만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했습니다. 시어머니 나오미가 룻의 재혼을 위해 전략을 짜고 룻은 시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그대로 순종함으로서 마침내 룻은 경건한 인품과 재력을 소유하고 있는 보아스와 결혼을 하여 과거의 상처를 씻고 재기의 삶을 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나그네 외로운 인생길에 아름다운 동행을 하기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부부간에, 고부(姑婦)간에, 부자(父子)간에, 노사(勞使)간에, 그리고 목자와 성도간에 서로 긍휼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여 ‘얼마나 힘들까?’를 한번쯤 생각해보면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둘째, 상대의 허물이나 약점보다는 장점을 보고 연합을 해야겠습니다. 사람은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점들을 내놓고 연합할 때 험한 세상을 넉넉히 헤쳐나갈 힘이 있습니다.

셋째,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빨리 간다고 먼저 도착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인들은 조급하여 상대방과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대화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같이 사는 사람,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아름다운 동행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동행이 있는 곳에 하나님의 복이 임합니다.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늙은 시어머니 나오미와 남편을 잃은 며느리 룻이 아름다운 동행을 함으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받아 보아스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보아스와 룻의 아름다운 동행에 하나님이 복을 주심으로 이스라엘의 왕가를 이루는 다윗왕의 할아버지가 태어나게 되었고 나아가서 메시야 예수 그리스도가 오시게 된 것입니다(룻 4: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