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 /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아름다운 몸매는 없습니다.

시선을 끌만한 화려한 매력도 없습니다.

어떤 이는 “저것도 꽃이냐?” 하지만

나는 분명 꽃인데, 솔직히 못생긴 꽃이지요.

하지만 그 꽃 속에는 향기를 듬뿍 담고 있지요.

내가 꽃향기를 발할 때면 산천이 진동하지요.

아카시아 꽃이 더 향기롭다고요?

그 친구는 산뜻한 향기는 있을지 모르나

깊은 향기는 없고요, 실속도 없어요.

그 산뜻함 때문에 속알머리, 주변머리 없는 것들이 모여 들지만

그것들이 즐기고 떠나고 하면 허무에 빠져 버리고 말거든요.

나는 그렇지 않아요.

나의 향기는 주인님을 위해 속살을 만들기 위한 향기랍니다.

내 향내 맡으려 온갖 것들이 모여들지만

그것들이 실컷 놀다 떠나고 나면

나는 내 주인님 위해 갑옷을 입고 속살을 만들기 시작한답니다.

다른 놈들이 범하지 못하도록 가시 갑옷으로 완전무장을 하고요,

모진 비바람을 이겨내며 열심히 탐스러운 속살을 만든답니다.

주인님이 내 몸을 노크하는 날,

나는 갑옷도 훨훨 벗어던지고 마음문도 활짝 열고

주인님을 위해 숨겨 두었던 토실토실한 속살을 기쁨으로 내어 준답니다.

내 속살을 보는 주인님의 얼굴은 풍요로운 미소로 가득하지요.

나는 누구일까요?